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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약바이오 현장 in]'암 기르는 공학자'…엠비디, 맞춤형 암 치료 시대 연다①세포배양 기술 기반 환자별 최적 암 치료법 선별, 신약개발 플랫폼 도약

차지현 기자공개 2024-01-22 10:42:30

[편집자주]

신약 그리고 의약품 위탁개발생산(CDMO) 등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이 나아가야 할 방향에는 '현장'이 있다. 연구소이기도 하고 생산기지이기도 하다. 최근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앞다퉈 '기지 건립'에 막대한 투자를 단행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글로벌 시장으로 진출하기 위한 인프라 확보가 핵심이다. 제약바이오 기업의 미래가 달린 '현장'을 찾아가 생생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이 기사는 2024년 01월 15일 07:5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암 분야에서도 정밀의학을 향한 인류의 노력은 진행형이다. 치료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현재는 암 진단을 받으면 유전자 검사를 통해 치료 방법을 결정한다. 다만 유전자 패턴 외에도 예후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이 다양한 만큼 유전자만으로 환자 맞춤형 치료법을 찾는 덴 한계가 많다.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나선 바이오벤처가 있다. 3차원(3D) 세포배양 플랫폼 기업 엠비디가 그 주인공이다. 암세포를 기른 뒤 여기에 방사선을 쬐거나 항암제를 투여해 반응을 직접 확인하겠단 아이디어다. 이로써 환자별 최적의 암 치료법을 고를 수 있다.

◇대기업 출신 공돌이들, 바이오로 뭉쳤다…정밀의료 정조준

엠비디는 삼성전기 출신 공학자들이 모여 설립한 바이오벤처다. 대기업에서 같은 연구 과제를 진행하던 이들은 정보기술(IT)와 바이오기술(BT)을 결합해 혁신기술을 선보이겠단 공감대를 형성했다. 이후 해당 기술을 상업화하기 위해선 민첩하고 유연하게 소통하는 조직이 필요하다고 판단, 2015년 창업을 결심했다.


처음부터 정밀의학을 목표로 한 건 아니다. 설립 당시는 동물실험 규제 움직임이 본격화했던 시기였다. 세포를 실제 몸속과 거의 같은 형태로 배양하는 기술을 기반으로 동물 독성실험 대체용 플랫폼 개발에 뛰어들었다. 국내 기업으로선 가장 먼저 동물실험 대체 연구를 시작했다.

하지만 독성 평가보단 효능 예측이 시장 규모가 훨씬 크다는 걸 깨달았다. 효능 예측 영역에선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항암제 쪽으로 범위를 좁혔다. 최종적으로 회사의 미션은 '방사선 및 항암제 치료 효과 예측 플랫폼을 활용해 환자에게 최적의 암 치료법을 찾아주는 것'이 됐다.

◇시간↓ 정확도↑…'튜머로이드 배양'과 '암 치료 추천' 한큐에

엠비디 핵심 기술은 크게 △튜머로이드(Tumor·종양+Oid·비슷한) 배양 플랫폼 △암 예후 예측 평가 플랫폼으로 나뉜다.

튜머로이드란 암 유사체다. 환자로부터 채취한 암 조직을 3차원으로 배양해 만든다. 튜머로이드 플랫폼의 핵심은 얼마나 암과 똑같이 만드냐다. 살아 있는 세포를 이용하기 때문에 균일한 생산이 쉽지 않다. 제조 시간대나 환경 등 외부 변수에 따라 결과물이 다른 경우가 많다.

엠비디는 자동화 시스템을 통해 균일하고 빠르게 튜머로이드를 제작할 수 있는 역량을 갖췄다. 수작업으로 하면 20~30분이 걸리는데 해당 플랫폼을 이용하면 2분 내로 배양 작업이 끝난다. 동일 샘플 연속 측정 시 측정값 편차를 뜻하는 변이계수(CV·Coefficient of variation)의 경우 15~20%에서 5% 이내로 낮췄다는 설명이다.

예후 예측 평가 플랫폼은 최적의 암 치료법을 선별하는 데 필요한 스크리닝 기술이다. 튜머로이드에 방사선을 쬐거나 항암제를 투여했을 때 약이 잘 들었는지, 암세포가 제대로 죽었는지 등 치료 효과를 확인하기 위한 평가 플랫폼을 보유했다. 약물 반응성에 대해 기존 하나의 평가 인자만을 사용했다면 엠비디는 세 개 이상 다중인자를 살핀다.

국내외 대형 병원과 협력 또는 국책 과제를 수행하면서 오랜 기간 쌓은 방대한 임상 데이터도 강점이다. 국내 주요 협력사로 삼성서울병원, 서울아산병원, 서울대학교 암병원,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 등이 있다. 작년 12월 말 기준 자체적으로 확보한 데이터 수만 6000여건에 달한다. 이들 데이터는 치료 효과를 미리 가늠하는 기준치로 작용한다.

◇두경부암·폐암 예측 개발 중…신약개발 플랫폼도 넘본다

두 핵심 기술로 현재 방사선 치료 예측 제품과 항암제 치료 제품 등을 개발 중이다. 환자의 튜머로이드에 각기 다른 양으로 방사선을 쬐거나 다른 농도로 항암제를 투여한 뒤 스크리닝 기술로 치료 효과를 예측하는 방식이다.

폐암 환자를 대상으로 항암제 치료 효과를 예측하는 서비스는 이달 중 상용화를 앞뒀다. 국내 검체 검사 수탁기관 녹십자의료재단이 공급 및 상용화를 맡는다. 지난해 국내 폐암 환자는 11만5000여명. 세계적으로도 폐암은 암 사망 원인 1위에 해당하는 질환인 만큼 서비스 수요가 많을 것으로 내다봤다.


방사능 치료 예측 파이프라인 중엔 '두경부암 환자 방사선 감수성 진단키트' 개발이 가장 앞서 있다. 두경부암이란 코, 구강, 안면, 후두 등에 발생한 악성종양이다. 수술로 해당 부위를 제거하면 환자 삶의 질이 크게 저하돼 정상 기관을 최대한 보존할 수 있는 항암방사선 요법이 선호된다. 하지만 방사선요법이 잘 맞지 않는 환자군에선 암이 더 번지는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

엠비디 키트로 두경부암 환자는 방사선요법 효과가 낮을 것으로 예측되면 수술 치료법을 선택하면 된다. 반대로 방사선요법 효과가 높을 것으로 예측되면 보존 치료전략을 선택할 수 있다. 치료 성공률을 높일 수 있는 셈이다. 해당 파이프라인은 작년 5월 범부처 전주기 의료기기 연구개발사업 10대 대표과제로 선정됐다. 확증 임상 단계로 2년 안으로 상용화할 계획이다.

최적 암 치료 선별 플랫폼에서 나아가 향후 신약개발 플랫폼으로도 거듭나겠단 포부다. 신약개발 기업 입장에선 튜머로이드로 실험을 하면 개발 기간을 줄이는 건 물론 임상 성공률도 높일 수 있다. 제약사가 새로 개발한 약이 어떤 환자군에서 잘 들을지 알아보는 데도 쓰일 수 있다. 엠비디 플랫폼을 신약개발을 위해 꼭 필요한 요소로 만들겠단 구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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